[전남 월간 리포트] 전남, '기본계획 5개월차' 현장은 지금 무엇을 준비하나—치매·정신건강·아동돌봄, 정책과 현장의 틈새
5월을 맞은 전남 사회복지 현장은 분주하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5대 기본계획' 시행이 5개월을 넘어서면서, 중앙 정책의 방향성이 지역의 구체적 실행으로 옮겨지는 전환점에 와 있기 때문이다. 치매관리종합계획,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 아동정책기본계획이 순차적으로 현장에 닿고 있는 가운데, 전남도청과 19개 시군청의 대응 체계가 얼마나 촘촘한지가 현장 종사자들의 체감도를 결정할 시점이다.
치매와 정신건강, '계획 수립'에서 '실행 체계'로
보건복지부가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6~2030)을 발표한 지 이미 몇 주가 지났다. 치매안심재산관리지원서비스 도입, 치매관리주치의 전국 확대, 장기요양 이용자의 주야간보호 월 이용한도 상향 같은 정책들이 포함돼 있지만, 전남의 현장 담당자들이 제기하는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 지역에서는 언제부터, 어디서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가."
전남은 전국 17개 시도 중 고령화율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다. 인구 1,800만 명 중 65세 이상이 22%를 넘어선 지 이미 오래고, 특히 읍면 지역의 노인 비중은 더욱 높다. 목포, 여수, 나주 같은 대형 거점 도시는 물론 순천, 광양 등 중소도시도 노인요양시설과 주간보호센터가 부족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 4월 '전남 치매안심지구' 확대 사업을 발표했고, 현재 광주·전남지역 치매센터(전주 소재)를 중심으로 광역 단위 조율을 진행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재산관리지원서비스 도입 일정, 각 시군별 주치의 배치 기준, 예산 배분 체계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현장의 지적이 나온다. 한 요양시설 운영자는 "정부 계획은 좋은데, 우리 지역에 언제 도달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도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의 제3차 계획(2026~2030)은 급성기 집중치료실병상 확대, 동료지원인 양성, 정신질환자 주거지원 확대 등 구체적 정책을 담았지만, 전남의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위기상황 개입팀 운영 현황은 여전히 도시와 읍면 간 격차가 크다. 목포·여수 등 도시 센터는 상대적으로 인력과 예산이 충분하지만, 강진·해남·완도 같은 도서·산간 지역의 센터는 전문인력 1~2명으로 연 1,000명 이상의 사례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5월의 법 변화' 전남 현장의 현실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6월 시행)로 약 12만 명의 신청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전남의 시군청 복지담당 부서는 이미 상담 예약이 밀려 있다고 보고했다. 특히 농촌 지역 노인과 장애인 가구가 신청 대상의 상당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담당 인력 부족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5주차에 진입한 전남에서도 현장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27일 시행된 이후, 통합돌봄 신청을 받는 보건소와 이를 조율해야 하는 시군청 통합지원회의 운영이 예상보다 복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재가노인복지시설과 장애인복지관 같은 민간 기관도 통합돌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열려 있지만, 실제로 참여를 신청한 기관은 광주·전남 권역에서도 극소수 수준이라고 한다. 한 장애인복지관 관계자는 "통합지원회의에 참여하려면 별도 인력이 필요한데, 현재 인력으로는 감당이 어렵다"고 했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의 신호, 시설 혁신은 언제부터?
장애인권리보장법이 10년 만에 국회를 통과하면서 전남 장애인 관련 시설과 단체에서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탈시설권리가 법에 명시된 것은 전남에서도 의미가 크다. 현재 전남에는 64개 장애인거주시설이 운영 중인데, 이들이 소규모화와 독립형 주거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대규모 거주시설 107개소에 대한 인권실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전남의 경우 시설별로 인권강화 대책 수립이 얼마나 진행 중인지 불명확하다. 지난 2월 울산의 장애인 학대 사건 이후 정부가 '장애인거주시설 학대 예방·인권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전남 지역 시설들이 이를 구체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준비 기간은 충분한가라는 의문이 남아 있다.
아동정책과 여성·청소년 보호, 실행 체계의 지역화
정부의 제3차 아동정책기본계획(2025~2029)이 확정되면서 아동돌봄 지원 확대가 본격화할 예정이다. 동시에 청소년·여성폭력 대응 법안 3건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주배경청소년지원센터의 지자체 설치 근거가 마련됐다. 전남에서도 광주·전남통합 단위의 이주배경청소년지원센터 운영이 예상되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설치 계획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종사자 처우, 현장 안정의 밑바탕
한편 전남도는 2026년도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 준수를 위해 시군청과 함께 현황 파악에 나섰다. 보건복지부가 기본급 3.5% 인상과 유급병가 제도 신설을 추진하면서 인건비 가이드라인 준수율을 96.4%에서 98.2%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전남의 중소 시설들은 여전히 인건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고가 나온다.
남은 과제, '정책'을 '현실'로
5월을 지나면서 전남 복지 현장이 맞닥뜨린 가장 큰 과제는 명확하다. 중앙 정부의 5대 기본계획이 지역의 구체적 실행으로 옮겨지기까지의 '빈틈을 채우는 일'이다. 계획 수립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각 시군의 여건에 맞는 실행 체계를 정비하고, 부족한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며, 무엇보다 현장 종사자들이 정책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도청과 시군청, 그리고 현장 기관이 함께 진행해야 할 '작은 조율들'이 남아 있다. 기본계획의 화려한 선언보다는, 그것을 현실로 만드는 차분한 준비가 전남 복지 현장에 지금 필요한 때다.
복지포커스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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