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리보장법 통과 1주일, 현장은 여전히 '침묵의 시간' 속에 있다
지난주 목요일(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역사적 표결이 있었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찬성 177명, 반대 0명으로 통과된 것이다. 10년간의 입법 과정을 마무리한 이 순간, 장애 단체들과 언론들은 '37년 만의 개정',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국내화' 같은 표현으로 열정적으로 보도했다. 그런데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반응이 사뭇 다르다.
"법이 통과된 건 환영하지만, 우리 시설에서 뭘 어떻게 바꿔야 할지 아직 구체적으로 안 들었어요. 시행령이 언제쯤 나올까요?"
울산의 한 장애인거주시설 관리자의 말이다. 서울의 발달장애인 복지관 실무자는 더 직설적이었다. "탈시설이 권리라고 명시했다는데, 현재 거주시설에 있는 수천 명의 주민들을 어떻게 지원할 건지, 독립적 주거가 충분한지, 그런 구체적인 부분은 전혀 뉘앙스가 안 들렸다."
법과 현실의 거대한 간격을 들여다보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은 '권리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명시한다. 종전의 장애인복지법이 '보호와 보장'의 논리로 장애인을 수혜자로 위치 지었다면, 이 법은 장애인을 '권리의 주체'로 본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탈시설권리를 처음 법에 명시했다는 점이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으로 살아갈 권리를 명문화한 셈이다.
그러나 시행령도 나오지 않은 지금, 현장의 물음은 명확하다: '그래서 언제부터? 누가? 어떻게?'
현재 전국 장애인거주시설은 약 500개소 이상이고, 약 3만 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대규모 보호시설이 지역사회 돌봄 인프라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현실이다. 지방의 한 광역자치단체 담당 공무원은 "탈시설이 권리라는 건 좋은데, 정말 그렇게 되려면 소규모 공동생활가정, 자립생활지원센터 같은 인프라가 얼마나 필요할까"라고 한숨을 쉬었다.
법 통과는 '시작'일 뿐, '완성'이 아니다
지난해 울산의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발생한 중대 인권침해 사건 이후 정부는 즉각 대책을 발표했다. 107개소 대규모시설에 대한 전수조사, 소규모화 추진, 인권강화 대책—이 모든 것이 권리 보장으로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신호였다. 그리고 이제 법적 근거까지 마련됐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부터다.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누가 주거지원의 책임을 질 것인가. 기초지자체인가, 광역자치단체인가, 중앙정부인가. 현재 보호시설 종사자들의 신분 전환과 재교육은 어떻게 할 것인가.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예산은 충분한가.
현장에서 들린 목소리 중 가장 절실한 것은 "예산과 인력에 대한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법으로 권리를 선언하는 것과 그 권리를 실제로 보장하는 것 사이에는 거대한 간격이 있다. 국내외 탈시설 사례들이 보여주듯이, 이는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없는 과정이다.
현장은 지금, 세 가지를 기다리고 있다
첫째,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구체적 내용 공개. 법안에는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선택권, 통합교육권, 정보접근권 등 광범위한 권리가 명시됐다. 하지만 각 권리가 어떤 제도와 정책으로 구현될 것인지, 현장 기관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둘째, 과도기적 지원 방안. 현재 거주시설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은 대개 중장년층이다. 급격한 시설 축소는 그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 동시에 새로운 돌봄 모델로의 전환도 필요하다. 기존 종사자들을 어떻게 재배치하고 재교육할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 계획이 절실하다.
셋째, 자치단체별 준비 상황 점검. 법이 통과했다고 해서 모든 지자체가 같은 속도로 움직일 리 없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와 농촌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 기초지자체와 광역자치단체 간의 역할 분담도 명확히 해야 한다.
침묵 속의 한 걸음이 아니라, 함께 가는 여정으로
장애인권리보장법의 통과는 분명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1주일이 지난 지금, 현장이 느끼는 것은 환희보다는 '그 다음'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다. 시설 운영자들은 변화를 준비해야 하고, 종사자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생각해야 하며, 무엇보다 거주인들은 이 권리가 실제로 자신들에게 도달할 때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다.
법의 시대가 열렸다면, 이제는 그 법이 현장에 닿는 과정을 투명하고 구체적으로 보여줄 차례다. 보건복지부와 지자체들은 5월 중으로라도 시행령 제정 일정과 핵심 내용을 현장과 공유해야 한다. 법은 통과했지만, 진짜 어려운 일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현장의 '침묵'을 '준비'로 바꾸는 것. 그것이 정부가 이 한 주를 통해 남겨야 할 숙제다.
복지포커스 편집팀
AI 활용 안내: 이 칼럼은 AI 기술을 활용하여 작성되었으며, 편집팀이 내용을 검토하고 최종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