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리보장법 통과, '선언'을 '현실'로 만드는 건 이제부터다
2026년 5월 25일 | 복지포커스 주간 심층분석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찬성 177명, 반대 0명으로 통과되는 순간, 방청석에서는 오랜 싸움을 기억하는 이들의 눈물이 터져 나왔다. 20대 국회 발의 이후 10년. 어떤 이들에게는 그 시간이 투쟁이었고, 어떤 이들에게는 기다림이었다. 그리고 그 긴 여정이 마침내 법률의 형태로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현장에 오래 있어본 이들은 안다. 법이 통과되는 순간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
37년 만의 체제 전환: '수혜자'에서 '권리 주체'로
장애인권리보장법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것이 무엇을 대체하는지부터 봐야 한다. 1989년 제정된 「장애인복지법」은 37년간 장애인 정책의 기본 틀이었다. 이 법의 기본 철학은 '보호와 지원'이었다. 국가가 장애인을 돌봐야 할 대상으로 보고, 복지 서비스를 '베풀어주는' 구조였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이 패러다임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장애인을 복지 수혜자가 아닌 권리의 주체로 규정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를 명시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CRPD)의 핵심 원칙인 자기결정권, 지역사회에서의 독립적인 삶, 비차별 원칙이 국내법에 처음으로 뿌리를 내린 것이다.
특히 이번 법안에서 가장 주목할 조항은 탈시설권리의 명시다.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가 처음으로 법에 쓰였다. 현장 실무자들 사이에서 수년간 뜨겁게 논의되어 온 '탈시설-자립지원'의 방향성이 이제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법적 의무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뜻이다.
같은 날, 같은 국회에서 통과된 두 번째 법안
덜 주목받았지만 함께 짚어야 할 것이 있다. 같은 날 본회의에서는 65세 이상 장애인에게 활동지원 선택권을 보장하는 법률 개정안도 동시에 통과됐다.
이것이 왜 중요한가. 지금까지 65세가 되면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대신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자동 전환되는 구조였다. 활동지원 서비스가 필요한 중증 장애인이 나이를 이유로 서비스 질이 낮은 급여로 강제 이동되는 문제는 현장에서 오래된 불만이자 실질적 인권 침해로 지적되어 왔다. 이번 개정으로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생겼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의 자기결정권 원칙이 곧바로 구체적 제도로 연결된 사례다.
법 통과 이후, 현장이 마주할 과제들
환영의 목소리 속에서 장애계와 현장 실무자들이 공통으로 꺼내는 말이 있다. "이제 진짜 싸움이 시작됐다."
법률이 시행되면 국가와 지자체는 탈시설을 지원하고 지역사회 자립을 보장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지게 된다. 하지만 그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인프라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자립생활 주거 지원, 지역사회 중심의 활동지원 인력, 지원주택 공급 등 탈시설 이후 실질적인 삶을 뒷받침하는 체계 없이는 법의 문구가 아무리 훌륭해도 당사자의 삶은 바뀌지 않는다.
현재 장애인거주시설을 둘러싼 현실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는 신호도 있다. 최근 울산 반구대병원 지적장애인 사망 사건, '색동원' 성폭력 사건 등 대형 시설에서의 인권침해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대규모 거주시설 107개소에 대한 인권실태 전수조사와 소규모화 대책을 발표한 것은 그 방증이다. 법이 탈시설 권리를 선언하는 동시에, 현장에서는 기존 시설 체계의 폭력성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충격적인 현실이 동시에 존재한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의 후속 입법과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이 간극을 어떻게 좁혀갈 것인가가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탈시설 지원 로드맵과 재원 확보,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 기관의 확충, 자립생활센터의 기능 강화 등이 후속 정책의 핵심 의제가 되어야 한다.
현장 실무자에게 요구되는 시각의 전환
이 법의 통과는 사회복지 현장 실무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변화를 요구한다. '어떻게 서비스를 잘 제공할까'가 아니라 '당사자가 원하는 삶을 어떻게 지원할까'로 실천의 중심이 이동해야 한다는 압력이 법적 근거를 갖추게 됐기 때문이다.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실천, 당사자 중심 계획 수립, 탈시설 지향의 개별지원 — 이것들은 이제 '좋은 사회복지사의 덕목'이 아니라 법이 요구하는 기준이 된다. 현장에서 이 원칙들을 어떻게 구체적인 실천으로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교육과 체계 재정비가 시급하다.
시사점: '역사적 입법' 이후의 책임
10년의 기다림 끝에 통과된 법이다. 그 무게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동시에, 법 제정 자체를 종착점으로 착각해서도 안 된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뒤따라야 한다. 첫째, 시행령과 하위 법령 마련 과정에서 당사자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법을 만드는 데 10년이 걸렸다면, 그 법을 알맹이 있게 채우는 과정은 훨씬 빠르게 진행되어야 한다. 둘째, 탈시설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예산과 지역 인프라 계획이 수반되어야 한다. 법만 있고 돈이 없으면 선언에 그친다. 셋째, 현장 실무자들에 대한 인식 전환 교육과 제도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37년 만의 체제 전환, 그 선언이 삶의 변화로 이어지는지는 이제 우리 모두의 몫이다.
복지포커스 편집팀
AI 활용 안내: 이 칼럼은 AI 기술을 활용하여 작성되었으며, 편집팀이 내용을 검토하고 최종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