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리보장법 시행까지 약 2년, 현장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찬성 177명, 반대 0명.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 표결 결과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이 20대 국회 첫 발의로부터 꼭 10년 만에 제정됐다. 장애계가 눈물을 흘리며 환영했고, 언론은 '역사적 입법'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그런데 현장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질문이 조용히 오가기 시작했다. "법은 통과됐는데, 우리는 지금 뭘 해야 하죠?"
Q. 장애인권리보장법이 기존 장애인복지법과 뭐가 다른가요?
가장 핵심적인 차이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1989년 제정된 장애인복지법은 장애를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손상으로 보고, 국가가 그 불편을 '보호'하는 구조를 취했다. 쉽게 말해 장애인은 지원을 받는 수혜자였다.
반면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장애를 '개인과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재정의한다. 장애인이 일상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를 둘러싼 사회 환경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CRPD)이 오래전부터 강조해온 관점인데, 이번에 국내법으로 처음 명문화됐다.
무엇보다 주목할 변화는 탈시설 권리의 명시다.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으로 살 권리를 법이 직접 보장한다는 뜻이다. 이 조항은 국내 법률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향후 거주시설 운영 방식과 지역사회 지원 체계 전반에 걸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Q. 법이 통과됐으니 바로 달라지는 건가요?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짚어야 한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제정은 됐지만, 약 2년 후 시행 예정이다. 즉, 지금 당장 현장에서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렇다면 왜 준비가 필요한가. 2년은 생각보다 짧다. 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시행령·시행규칙 제정, 지자체별 조례 정비, 인력 양성 계획 수립 등 후속 작업이 줄줄이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으면, 제도는 설계됐지만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 과거 숱한 복지 관련 법령에서 반복돼온 패턴이다.
Q. 현장 실무자가 지금 당장 챙겨야 할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① 장애 개념 재교육이 필요하다
법이 바뀌면 평가 기준도 바뀐다. 장애를 개인의 결함으로 보는 관점에서 사정(assessment)을 해온 실무자라면, 환경·사회적 장벽 중심으로 시각을 전환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사례관리 계획서를 작성할 때 "이 분이 왜 일상에서 어려움을 겪는가"를 바라보는 프레임이 달라져야 한다는 뜻이다.
② 탈시설 지원 체계, 미리 파악해야 한다
법은 시설 거주를 원하는 장애인에 대해서도 거주공간의 소규모화·전문화를 지원하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 거주시설을 운영하거나 연계하는 기관이라면, 자립생활 지원 역량을 갖춘 지역사회 자원 현황을 미리 파악해두는 것이 현명하다.
③ 65세 이상 장애인 활동지원 선택권 변화는 이미 통과됐다
이번에 장애인권리보장법과 함께 65세 이상 장애인에게 활동지원 선택권을 보장하는 법률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부분은 시행 시점이 별도로 정해지므로 관련 기관은 공포 이후 시행 일정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기존에 장기요양급여로 자동 전환되는 구조 때문에 당사자 선택권이 막혀 있다는 비판이 오랫동안 제기돼왔는데, 이번 개정이 그 공백을 메우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Q. 법만 만들면 다 되는 건 아니지 않나요?
맞다. 장애계 내부에서도 환영과 함께 우려가 동시에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법이 생겼다고 현실이 바뀌는 건 아니다"라는 냉정한 목소리다.
실제로 탈시설 조항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지역사회에 촘촘한 주거 지원 인프라와 자립생활 센터, 활동지원 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 현장 상황은 어떤가. 지역별 편차가 크고, 자립생활 지원 역량을 갖춘 기관 자체가 부족한 곳이 여전히 많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에 함께 발표된 제3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2026~2030)의 흐름과도 연결 지어 볼 필요가 있다.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회복과 주거 지원 확대가 핵심 과제 중 하나로 포함됐는데, 장애인권리보장법의 방향과 결을 같이 한다. 개별 정책이 아닌, 하나의 큰 흐름으로 읽어야 현장 대응이 가능해진다.
시사점 | 법 제정 이후가 진짜 시작이다
법이 통과된 날, 현장 실무자들이 해야 할 일은 환영 성명서를 읽는 것이 아니라 법 조문을 펴드는 것이다. 2년의 준비 기간은 시행 이후 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한 골든타임이기도 하다.
시행령 입법예고 과정에서 현장 의견을 제출하고, 기관 차원의 내부 준비를 시작하는 것, 그리고 당사자와 함께 변화의 방향을 논의하는 것. 이 세 가지가 지금 실무자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이다.
역사적인 법이 역사적인 변화로 이어지려면, 결국 현장이 움직여야 한다.
복지포커스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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