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월간 리포트] 울산, '인권강화 대책' 이후 현장은 지금 무엇을 준비하나
지난달 울산에서 터진 장애인거주시설 학대 사건은 전국 복지 현장에 충격파를 던졌다. 보건복지부가 즉각 '장애인거주시설 학대 예방 및 인권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대규모 거주시설 107개소를 대상으로 인권실태 전수조사를 착수한 지 1개월여. 울산 현장은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복지포커스 취재진이 울산 장애인복지 기관들을 돌아보니, 대책 발표 직후의 '긴급모드'는 걷혔지만 '진정한 변화'의 길은 여전히 불명확해 보였다. 인권실태조사 결과 공개를 기다리고, 국회를 통과한 장애인권리보장법의 실체를 가늠하려는 와중, 울산 현장이 직면한 가장 실질적인 과제는 다른 데 있었다.
"법은 강해졌는데, 지원은?"
울산시 내 장애인거주시설은 상당수가 소규모다. 이는 긍정적 신호처럼 보이지만, 정책 전환의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 대책의 핵심—'독립형 주거서비스 제공기관 신설을 통한 소규모화'와 '1-2인실 전환'—은 기존 시설의 구조 개편을 의미한다. 그런데 울산시의 예산 구조상 이를 뒷받침할 준비가 충분한가.
"대책은 좋은데, 실행 로드맵이 없다"는 것이 울산의 한 장애인거주시설 관장의 말이다. 5월 현재 울산시로부터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나 시간 계획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인권강화 조치가 인건비 증가, 시설 개축 비용으로 이어질 텐데, 국고 이외에 지자체의 추가 부담이 어느 수준인지 아직 불명확한 상황이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종사자 처우다. 올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6년 인건비 가이드라인(기본급 3.5% 인상, 유급병가 신설, 가족수당 확대)과 서울시의 선제적 처우개선 발표는 반갑지만, 울산은 아직 구체적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인권강화 대책에서 강조된 '현장 인력의 안정화'가 말뿐이 되지 않으려면 인건비 가이드라인 준수율을 높이는 것이 선무다. 현재 96.4% 수준인 전국 준수율을, 울산은 어디까지 끌어올릴 준비가 되어 있는가.
기초생활보장 확대, 울산 현장은 준비했나
6월부터 시행되는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도 울산 현장의 주의를 요한다. 노인·장애인 가구 약 12만 명이 새로 수급 대상에 포함될 예정인데, 울산 내 해당 가구가 정확히 몇 개인지, 어떤 기관이 신청 상담을 주도할 것인지 현장은 여전히 모호한 상태다. 기초생활보장 신청 상담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울산시 및 구·군 지역복지과의 인력 보충이나 상담 체계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이후의 변화도 울산에서 중요한 과제다. 3월 27일 시행된 이 법은 노인, 중증 장애인, 취약계층을 통합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돌봄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현재 시행 5주차인 상황에서, 울산 내 재가노인복지시설이나 장애인복지관이 통합돌봄 신청 절차에 얼마나 적응했는지, 개인별지원계획 수립 과정에서 어떤 애로가 있는지 체계적 점검이 필요하다.
장애인권리보장법, 울산은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4월 23일 국회를 통과한 장애인권리보장법은 37년 만에 장애인복지법을 대체하는 기본법이다. 특히 탈시설권리가 법에 처음 명시된 것은 울산 같은 기존 거주시설 중심의 지자체에 큰 정책 전환을 요구한다.
장애인을 '복지 수혜자'에서 '권리 주체'로 보는 이 법이 실질화되려면, 울산시의 장애인 정책 로드맵 전환이 불가피하다. 탈시설 이행 계획, 지역사회 자립생활 지원 인프라 확충, 65세 이상 장애인의 활동지원 선택권 확대 등은 모두 울산시가 준비해야 할 숙제들이다.
현장 실무자들의 물음은 명확하다: "법은 통과했지만, 지자체 예산과 인력은 따라올 준비가 되어 있나?" 이것이 울산이 5월에 풀어야 할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다.
현장에서 필요한 것
울산 복지 현장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하다. △인권강화 대책의 구체적 이행 계획 공개 △종사자 처우개선을 위한 지자체 추가 지원 방안 마련 △기초생활보장 확대에 따른 상담 인력 강화 △돌봄통합지원법 정착을 위한 기관별 지원 체계 정립 △장애인권리보장법 시행에 대비한 장기 정책 로드맵 수립.
법과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현장 기관의 인력과 예산이 따라가지 못하면 종이 장책이 될 뿐이다. 울산이 이번 달 보여줄 구체적인 행동들이 정책 실현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복지포커스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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