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동원 이후, 시설 복도에 남겨진 질문들
시설 복도 끝에는 늘 잠긴 문이 있었다. 무엇이 그 안에서 일어나는지, 밖에서는 알 수 없었다. '색동원' 사건은 그 문을 억지로 열어젖힌 사건이었다.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벌어진 성폭력 피해가 수면 위로 드러나자, 현장은 충격과 함께 익숙한 자괴감을 동시에 마주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정부는 색동원 사건을 계기로 범정부 합동대응TF를 구성하고, 보건복지부·경찰청·성평등가족부·법무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장애인거주시설 학대 예방 및 인권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대규모 거주시설 107개소에 대한 인권실태 전수조사가 실시되고, 소규모화와 1~2인실 전환, 독립형 주거서비스 제공기관 신설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발표 내용을 들은 현장 실무자들의 반응은 복잡했다. 반갑다는 이야기와, 어디선가 들어본 내용이라는 이야기가 동시에 나왔다. 시설 인권 강화, 소규모화, 탈시설 — 이 단어들은 이번이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니다. 울산 사건이 있었고, 그 전에도 있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책이 나왔고, 대책이 나올 때마다 현장은 바빠졌다가 조용해졌다.
거주시설 종사자들이 말하는 현실은 냉정하다. 인권강화 조치의 상당수가 "또 하나의 서류"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인권침해 예방 교육 시간이 늘어나고, 점검 항목이 추가되고, 보고 체계가 복잡해진다. 하지만 종사자 1인이 담당하는 이용자 수는 줄지 않는다. 야간에 시설을 지키는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구조인 경우가 많지만, 대책의 언어는 종종 의지를 점검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전수조사 107개소라는 숫자도 현장에서는 낯설지 않게 받아들여진다. 조사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조사 이후가 문제다. 인권침해 사실이 확인됐을 때, 피해 당사자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가해자가 종사자일 경우 행정 처분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걸리는가. 피해 장애인이 2차 피해 없이 자신의 경험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이 그 시설에 갖춰져 있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이 대책 안에 충분히 담겨 있는지, 현장은 아직 확인 중이다.
한편, 며칠 전 장애인권리보장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탈시설 권리'가 처음으로 법에 명시됐다. 1989년 이후 37년간 장애인 복지의 기본 틀이었던 장애인복지법을 대체하는 이 법은, 장애인을 '수혜자'가 아닌 '권리 주체'로 규정한다. 시설 안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문제와, 탈시설로 나아가는 입법의 흐름은 사실 같은 맥락 안에 있다. 시설이 '보호'의 이름으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구조 자체를 바꾸자는 것이다.
그러나 법이 통과됐다고 해서 지금 당장 시설 복도의 풍경이 바뀌지는 않는다. 오늘도 전국 어딘가의 거주시설에서 종사자들은 인력 부족과 씨름하고 있고, 이용자들은 자신의 일정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하루를 보내고 있을 수 있다. 제도의 언어와 현실의 언어 사이에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색동원 사건이 우리에게 남긴 질문은 하나로 모아진다. 우리는 시설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진짜로 '보고' 있는가. 점검 항목 위에 체크 표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오늘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를.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현장이 느끼는 피로감은, 그 질문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데서 온다.
후속 정책과 예산이 실제로 현장에 도달하는지, 조사 이후의 지원 체계가 구체적으로 작동하는지를 끈질기게 확인하는 것 — 지금 현장이 필요로 하는 것은 또 한 번의 선언보다 그 지루하고 촘촘한 과정이다.
복지포커스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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