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바뀌어도 현장이 버텨야 한다 — 장애인 거주시설 학대, 구조가 문제다
색동원 사건과 울산 반구대병원 사건이 동시에 소환하는 질문: 우리는 어디에 사람을 가두고 있었나
지난 며칠간 장애인 복지 현장을 뒤흔든 소식이 두 갈래로 쏟아졌다. 하나는 경사(慶事)였다. 10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장애인권리보장법」이다. 찬성 177명, 반대 0명. 숫자만 보면 역사적인 합의였다. 다른 하나는 참사(慘事)였다. 울산 반구대병원에서 지적장애인이 폭행 후 사망한 사건이 한 건이 아니라 두 건이었다는 단독 보도가 나왔고, '색동원' 성폭력 사건에 대응해 정부가 범정부 합동 TF를 꾸렸다는 소식이 뒤따랐다.
두 흐름은 우연히 같은 주에 겹친 게 아니다. 이 나라 장애인 정책의 현주소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37년 만의 패러다임 전환, 그 무게
1989년 제정된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을 사실상 '보호와 시혜의 대상'으로 규정해왔다. 37년이 지나 그 자리를 대체하는 법이 나왔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CRPD)의 철학을 국내법으로 끌어들여 장애인을 '권리를 가진 주체'로 명시했다. 특히 탈시설권리가 법 조문에 처음 들어갔다는 점은 작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탈시설, 즉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 권리는 오랫동안 운동의 언어였지 법의 언어가 아니었다. 그것이 이제 법률 조문에 명시됐다. 국가와 지자체는 이 권리를 보장해야 할 법적 책무를 졌다. 65세 이상 장애인에게 활동지원 선택권을 부여하는 개정안이 같은 날 통과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동안 만 65세가 넘으면 장애인 활동지원 대신 노인 장기요양서비스로 전환하도록 사실상 강제했던 이른바 '65세 장벽'에 균열이 생겼다.
환영할 일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환영보다 먼저 물음표가 뜬다.
법 통과 다음 날, 현장은 그대로였다
법이 국회를 통과한 날 밤, 전국 어딘가의 장애인거주시설에서는 어제와 똑같은 일과가 반복됐을 것이다. 정원을 넘긴 다인실에서 수십 명이 함께 잠을 청했을 것이고, 인력 부족으로 야간 돌봄은 최소 인원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법이 바뀐다고 그날 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색동원 사건, 반구대병원 사건은 일탈적인 개인의 범죄로만 환원할 수 없다. 보건복지부가 대규모 거주시설 107개소를 대상으로 인권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그 구조적 문제를 인정하는 셈이다. 다수의 사람이 한 공간에 격리된 채 외부의 시선이 닿기 어려운 환경. 이것이 학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온상이다. 법무부, 경찰청, 보건복지부 등 범정부 TF가 구성됐고 1·2인실 전환과 소규모화 방침이 발표됐다. 방향 자체는 맞다. 그러나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실질적으로 이행되느냐가 관건이다.
현장 실무자들에게 이 주는 무엇을 요구하는가
사회복지사, 생활지원사, 거주시설 종사자들은 이번 주 쏟아진 뉴스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첫째, 「장애인권리보장법」의 탈시설권리 명시는 당장 내일부터 서비스 체계가 바뀐다는 의미가 아니다. 하위 법령 정비, 예산 확보, 지역사회 지원 인프라 구축이 뒤따라야 한다. 현장은 이 과정을 면밀히 추적해야 한다. 선언이 실질로 이어지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민간 현장이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거주시설 종사자들은 인권실태 전수조사를 위협이 아닌 기회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문제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 것은 이해하지만, 구조적 문제를 은폐하는 방향으로 대응하면 결국 당사자와 종사자 모두 피해를 입는다. 조사 과정에서 인력 부족, 공간 협소, 지원 체계 미비 등 '구조가 낳은 문제'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셋째,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로 다음 달부터 노인·장애인 가구 약 12만 명이 새로 수급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현장에서 수급 신청 상담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전에 해당 제도 변경 내용을 숙지하고 대상 가구에 안내하는 선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제언: 법의 문자보다 현장의 실천이 먼저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이 37년 만의 전환점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법조문은 현실을 자동으로 바꾸지 않는다. 탈시설권리가 명시됐지만 지역사회 주거 지원 인프라가 따라오지 않으면 그 조문은 공허하다. 활동지원 선택권이 생겼지만 서비스 제공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질적 선택지는 없다.
정부에 요구한다. 법 통과에 그치지 말고, 후속 시행령과 예산 확보 일정을 조속히 공개하라. 107개 시설 전수조사 결과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결과를 서랍에 넣어두는 조사는 반복되는 학대를 막지 못한다.
국회에도 묻는다. 177대 0의 합의는 진심이었는가. 그렇다면 지금 당장 필요한 예산 심의와 하위 법령 정비에도 같은 속도로 응답하라.
마지막으로, 현장 실무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법이 바뀌는 시기일수록 현장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하다. 정책은 위에서 설계되지만, 그것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아닌지는 현장에서 판가름난다. 이 시기에 침묵하지 말길 바란다.
복지포커스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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