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월간 리포트] 대전, '5월 5법 시대' 현장 준비는 아직 멀다—종사자 처우부터 장애인권리까지
"법이 바뀌면 뭐 하나요. 우리 시설은 여전히 인력이 부족한데요."
대전시 중구의 한 장애인복지관 관장의 한숨이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지난 한 달간 국회에서 통과된 대형 정책들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장애인권리보장법, 청소년·여성폭력 대응 법안 3건, 그리고 이미 지난 3월 시행된 돌봄통합지원법까지. 대전의 사회복지 현장은 법과 제도의 변화 소식을 받아들이면서도, 동시에 '이것들이 현장에 어떻게 내려올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권리 주체로의 전환, 현장은 아직 준비 안 됐다"
4월 23일 국회를 통과한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37년간 장애인복지법의 울타리에 있던 장애인을 '수혜자'가 아닌 '권리 주체'로 명시했으니까. 탈시설권도 처음으로 법에 담겼다. 동시에 65세 이상 장애인의 활동지원 선택권도 보장했다.
대전시 동구에 소재한 장애인거주시설 관계자는 "법이 좋은 법인 건 알겠는데,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게 뭔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탈시설을 지원하려면 주거서비스가 필요한데, 대전시의 구체적인 예산 계획이나 독립형 주거시설 확충 로드맵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울산 장애인 학대 사건 이후 발표한 '장애인거주시설 인권강화 대책'에는 대규모 거주시설 107개소 전수조사와 소규모화 방향이 담겼지만, 대전시가 이를 언제 어떻게 추진할지는 여전히 모호한 상태다.
종사자 처우, "3.5% 인상으로 충분한가"
더욱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인건비 처우 개선이다. 보건복지부가 2026년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을 때, 기본급 3.5% 인상과 유급병가 신설, 가족수당 확대 등이 담겼다. 대전시도 이를 준용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냉담하다.
"3.5% 인상이 뭐합니까. 올해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 임금은 오히려 내려간다"는 게 대전 북구의 사회복지사 A씨의 평가다. 더 심각한 건 중소 복지시설들의 고민이다. 인건비 가이드라인 준수율이 올해 96.4%에서 2026년 98.2%로, 2027년 10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대전의 소규모 시설들이 이 수치를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크다. 지방 보조금 부족 문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6주, 아직 모르는 현장이 많다"
지난 3월 27일 시행된 돌봄통합지원법은 다른 차원의 준비 미흡을 드러낸다. 현재 시행 5주차를 넘어선 이 법은 노인과 장애인, 취약계층의 돌봄을 통합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개인별지원계획 수립, 통합지원회의 참여 등이 핵심이다.
대전시는 6개 시군구에 통합돌봄 추진반을 구성했지만, 민간 복지기관들의 참여도는 아직 저조하다. 재가노인복지시설과 장애인복지관 같은 민간기관도 본인·가족 동의 시 통합돌봄을 신청할 수 있는데, "신청하면 어떤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 자료가 부족하다"는 게 현장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대전시 서구의 한 재가노인복지시설은 "아직 신청할 자격이 있는지, 신청하면 어떤 의무가 생기는지도 정확히 모르는 상태"라고 답했다.
장애인 학대 대응, '법'과 '기관 간 역할분담' 사이의 갭
더욱 긴급한 과제도 있다. 색동원 사건 이후 범정부 차원의 장애인거주시설 학대 예방·인권강화 대책이 이달부터 본격 추진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경찰청, 성평등가족부, 법무부 등이 참여하는 TF다.
그런데 대전 현장에서 뒹구는 질문은 더 근본적이다. "장애아동이 학대받았을 때, 누가 어디에 신고하나? 경찰인가, 아동보호전문기관인가, 우리 시설인가?"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이 없다는 게 대전의 현실이다. 보건복지부와 경찰, 여성가족부의 역할 분담이 법제도상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전시 유성구의 한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신고했다가 오히려 기관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어서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소년·여성폭력 법안 3건, 실무자 교육이 먼저다
국회를 통과한 청소년·여성폭력 대응 법안 3건도 마찬가지다. 이주배경청소년지원센터의 지자체 설치 근거 마련, 스토킹 현장 조사 방해 행위 처벌 강화, 해바라기센터 등 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의 법적 명칭 정비 등이 담겼지만, 대전의 현장 기관들은 "이게 우리한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절차가 바뀌는지" 아직 통지받지 못했다.
대전시 중구의 한 성폭력상담소장은 "법이 통과되는 것만큼 실무자 교육과 기관 간 소통이 중요한데, 그게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해바라기센터의 법적 명칭 정비 하나도, 실제로 기관 간 역할 조정과 신고 프로세스 변경을 수반한다. 현장의 준비 없이 법만 시행되면 피해자 지원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적이다.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대전의 신청 급증 예상
한 가지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이달부터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화돼 노인·장애인 가구 약 12만 명이 새로 수급 대상에 포함된다는 소식이다. 대전시도 이 수혜 대상에 포함되며, 각 구청의 사회복지과는 수급 신청 상담 급증에 대비하고 있다.
대전시 동구청 사회복지과 담당자는 "6월부터 신청이 몰릴 것으로 예상해 인력과 상담 시간을 확보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현장의 목소리는 조심스럽다. "기준이 완화되는 건 좋은데, 신청 과정이 복잡하면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인들은 혜택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전시가 언제, 어떻게, 어디서 이 정보를 전파할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결국, '법'이 아닌 '예산'과 '사람'의 문제
지난 한 달간 대전의 복지 현장이 맞닥뜨린 현실은 단순하다. 법과 정책은 빠르게 변하는데, 현장의 인프라와 인력, 그리고 무엇보다 실행 계획은 아직 멀리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이 탈시설을 명시했지만, 대전의 독립주택은 어디에 몇 개나 지어질 것인가.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됐지만, 민간기관의 참여를 이끌 교육과 인센티브는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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