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월간 리포트] 대구,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5주' 현장은 아직 '조용한 준비 중'
5월 초 대구의 몇몇 보건소와 장기요양기관을 찾았을 때 들었던 말이 인상적이었다. "법은 시행되었는데, 현장은 아직도 매뉴얼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 중입니다." 지난 3월 27일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된 지 5주를 넘긴 지금, 대구 현장의 풍경은 예상보다 차분했다.
돌봄통합지원법은 노인과 장애인, 취약계층을 위해 요양보호, 활동지원, 돌봄서비스를 한 창구에서 신청·조정·관리하는 통합 체계다. 보건복지부의 구상이 실현되려면 지역 차원의 구체적 실행이 필수인데, 대구는 지금 그 과도기 한가운데 있다.
준비 과정에서 드러난 '정보 공백'
대구시 보건복지국이 이달 초 배포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대구 내 통합지원회의 설치 현황은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한 상태다. 통합돌봄을 신청하는 대상자가 개인별지원계획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합지원회의를 거쳐야 하는데, 기초자치단체마다 설치 일정과 운영 방식이 제각각이다. 중구, 동구, 남구는 5월 중 첫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고, 수성구와 달서구는 이미 기틀을 잡은 상태다. 하지만 북구와 서구 일부 기관들은 여전히 시범 운영 단계에 머물러 있다.
더 큰 문제는 현장 기관들의 혼란이다. 대구시 내 재가노인복지시설 10곳과 장애인복지관 3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비공식 인터뷰에서 나온 반응은 엇갈렸다. 어느 시설장은 "통합돌봄 신청 절차에 대한 공식 가이드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고, 다른 기관은 "아직 신청 사례가 한두 건 수준"이라며 "현장의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의' 조항, 실무자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
통합돌봄 신청 과정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쟁점은 '본인 및 가족 동의'다. 법령에는 민간 복지기관도 동의를 조건으로 통합돌봄 신청이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대구 현장에선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운영할지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노인요양시설의 경우, 기존 요양보호사 인력 운영 체계와 통합지원계획이 어떻게 맞물릴지에 대한 구체적 지침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요양시설의 관리사는 "법적으로는 신청할 수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신청했을 때 어떤 변화가 현장에 오는지, 기존 돌봄서비스와 어떻게 다른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한 '정보 부족'이 아니라, 중앙의 법 제정과 지역 현장 간의 '거리'를 보여주는 신호다.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이후, 대구시의 실제 동향
대구시는 지난달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지원 상반기 계획'을 내부 배포했다. 주요 내용은 △통합지원회의 구성 및 운영 활성화 △민간 복지기관 대상 설명회 강화 △통합지원 신청서 및 개인별지원계획 양식 보완 등이었다. 특히 5월 중 관내 장기요양기관 대상 온라인 설명회 개최를 예고했고, 기초자치단체 사회복지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역량 강화 교육을 6월에 집중 배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필드에서 만난 대구시 보건소 담당자는 "3월 시행 초기엔 혼란이 많았지만, 지금은 안정화 단계"라며 "다만 지역사회 내 공식적인 통합돌봄 신청 사례가 아직 적어 현장 반응을 수집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5월부터 적용되는 기초생활보장 변화도 함께
한편, 5월부터는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화되어 대구 지역 노인·장애인 가구 약 2,000여 명이 추가 수급 대상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보건복지부의 정책 통보에 따르면 부양의무자 범위가 축소되는 이번 변화는, 돌봄통합지원법의 잠재적 수급자 발굴과도 맞닿아 있다. 새로 기초생활보장을 신청하는 노인이나 중증 장애인들이 동시에 통합돌봄 신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구시 복지정책팀 관계자는 "5월부터 수급 신청 상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통합돌봄 신청도 함께 안내하도록 현장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장의 준비 속도가 법 시행 속도를 따라잡을까
5월 초 현재 대구는 법 시행의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기보다는, 차근차근 준비 과정을 밟아나가는 중이다. 통합지원회의 설치, 민간기관 설명회, 담당자 교육 등 행정적 인프라는 점진적으로 완성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이러한 준비 과정이 실제 돌봄 대상자들의 '더 나은 서비스 경험'으로 얼마나 신속하게 전환될 것인가?
대구는 고령 인구(65세 이상) 비율이 16.8%로 전국 평균 17.9%보다 낮지만, 중증 장애인과 돌봄 필요 노인의 절대 규모는 상당하다. 지난해 기준 대구시 장기요양보험 인정자는 3만 명을 넘었고, 활동지원 대상 장애인도 7,000명에 가깝다. 이들이 통합돌봄의 혜택을 체감하려면 법 시행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 신청에서 서비스 제공까지의 절차가 명확하고 신속해야 한다.
현장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구가 풀어야 할 숙제는 명확하다. 첫째, 민간 복지기관이 통합돌봄 신청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인센티브와 명확한 절차의 제공. 둘째, 통합지원회의 운영의 '실질화'—즉, 회의가 형식적 절차를 넘어 개인별지원계획 수립에 실질적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 셋째, 기초자치단체 간 통합돌봄 운영 방식의 '표준화'—현재의 편차를 줄여 대구 시민이 어느 구에서나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마치며: 법 시행 5주,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법이 만능은 아니다"라는 것을 복지 현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다. 돌봄통합지원법도 마찬가지다. 5월의 대구는 법의 정신을 현장에 구체화하는 과정에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와 겹치면서 돌봄 대상자 발굴의 기회도 함께 주어졌다. 이 황금의 5월과 6월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대구 지역 돌봄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복지포커스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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