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월간 리포트] 경북, '5대 기본계획' 시행 첫 달—현장은 지금 '법과 현실의 간극'을 읽고 있다
5월이 시작되자마자 경북의 사회복지 현장은 여느 때와 다른 긴장감에 휩싸였다.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 치매관리종합계획, 아동정책기본계획이 잇따라 시행되고, 장애인권리보장법이 국회를 통과했으며, 돌봄통합지원법은 이미 시행 2개월차에 접어들었다. 중앙에서 내려오는 정책들의 무게는 결국 지역 현장의 기관장, 사회복지사, 그리고 지원 대상자들의 어깨 위에 얹혀진다.
대구와 인접한 경북 지역의 노인복지시설 관리자 A씨는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3월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된 지 2개월, 아직도 시군의 통합지원회의 일정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은 곳이 많습니다. 올해는 시범 단계인데, 5월부터 정신건강, 치매, 아동까지 새로운 기본계획이 동시 시행되면서 지자체 담당자들도 어디부터 챙겨야 할지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 말 속에는 경북 현장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법은 통과했으나, 현장의 준비는 아직
장애인권리보장법이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분명 역사적 순간이었다. 20대 국회 발의 이후 10년 만의 성과이고, 장애인의 탈시설권리가 처음으로 법에 명시되었다. 하지만 경북의 장애인복지 현장에서 만난 종사자들은 한결같이 "법 통과가 곧 현실 변화로 이어질까?"라는 의문을 던졌다.
경주의 한 장애인거주시설 사무국장은 "법에 탈시설권리가 명시된 것은 환영한다. 다만 시설 운영자 입장에서 보면, 이제부터의 후속 정책—주거지원, 활동지원 확대, 당사자 의사결정 지원—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마련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의 시설은 현재 입소 장애인 70명 중 희망자 3명의 지역사회 자립을 추진 중이지만, 지역 내 저렴한 주택 부족과 활동지원 인력 한계 앞에서 난관을 겪고 있다.
경북도의 경우, 지난해부터 '소규모 그룹홈 확충' 방침을 내걸었지만, 예산 편성 단계에서 중앙 재정투자 규모가 불명확하다는 점이 현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시행되려면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그 시기가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5대 기본계획 시행, 지자체 역량의 '스트레스 테스트'
더 시급한 문제는 5월부터 동시에 시행되는 5대 기본계획이다.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2026~2030),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6~2030), 제3차 아동정책기본계획(2025~2029)이 경북 시군의 보건복지 담당자들에게 과제로 떨어지고 있다.
경북도 보건복지여성국 관계자는 본지 인터뷰에서 "현재 각 시군은 중앙 부처의 기본계획을 반영한 지역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라고 설명했지만, 현장에서 만난 기관들은 다른 목소리를 냈다. 포항의 정신보건센터 센터장은 "기본계획에 명시된 '동료지원인 양성'과 '급성기 집중치료실 확대' 같은 과제들이 구체화되려면 보건소, 의료기관, 민간센터 간의 역할 분담이 명확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중앙에서 가이드라인이 상세하지 않다"고 했다.
특히 경북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전국 평균보다 가파르다는 점이 정책 추진의 걸림돌이다. 치매 관련 정책도 마찬가지다. 도내 65세 이상 인구는 약 126만 명(2025년 기준)으로, 이 중 추정 치매 유병자는 약 17만 명대.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에서 언급한 '치매안심재산관리지원서비스' 도입이나 '치매관리주치의 확대'는 대도시 중심의 정책이라는 평가다.
경산의 한 요양병원 의료진은 "지역사회 의료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데, 주치의 모델을 확대한다는 것이 현실적일까?"라고 반문했다.
현장이 가장 우려하는 것: '돌봄통합지원법' 실제 작동까지의 거리
3월 27일 시행된 돌봄통합지원법이 현재 시행 5주차에 접어들었다. 경북 현장에서 이 법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는 곳은 보건소와 지역사회보장협의체다.
영천시의 한 보건소 통합돌봄팀 담당자는 "현재까지 통합지원회의 개최는 순조롭지만, 실제 개인별지원계획(케어플랜) 수립 과정에서 복잡함이 노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노인과 장애인, 그리고 취약계층이 교차하는 대상자의 경우 어느 영역의 서비스부터 우선할 것인가를 정하는 과정이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었다.
또 다른 우려는 민간 복지기관의 참여다. 재가노인복지시설과 장애인복지관도 통합돌봄 신청이 가능하도록 시행령이 공포되었지만, 경북의 많은 중소 시설들은 아직 통합돌봄 체계에 어떻게 진입할지, 그리고 추가 업무 부담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안동의 한 노인복지관 관장은 "기존 프로그램 운영도 벅찬데, 통합돌봄을 신청하면 행정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종사자 처우, 한 발씩 나아가되 속도 문제
긍정적인 소식도 있다. 2026년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이 기본급 3.5% 인상, 유급병가 신설, 가족수당 확대 등을 담아 발표되었다. 경북도 이에 맞춰 시군의 시설 지원금을 조정 중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사회복지사들은 "3.5% 인상은 물론 환영하지만, 가이드라인 준수율이 98.2%에 불과하다는 점이 걱정"이라고 했다. 경주의 한 아동복지시설 종사자는 "우리 시설도 일단 인상은 받겠지만, 4대보험 부담이 증가하면 운영비가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될까 봐 다시 걱정이 생긴다"고 말했다.
특히 경북의 중소 시설들은 지자체 보조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국가 가이드라인과 지자체 재정 사이의 괴리가 더욱 문제다. 도청 관계자는 "올해 인건비 지원을 늘렸지만,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했다.
오는 6월 현장의 또 다른 변화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화되어 다음 달부터 노인·장애인 가구 약 12만 명이 새로 수급 대상에 포함된다. 경북의 경우 현재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약 17만 명대인데, 이번 기준 완화로 신청 상담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동과 경주 등지의 복지로센터와 주민지원센터는 이미 상담 인력 추가 배치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현장에서 묻다
지난 10년간 사회복지 현장의 변화를 취재해온 경험상, 법 제정과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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