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월간 리포트] 강원, '5월의 법 변화' 현장에 닿기까지—도민 12만 명의 기초보장 신청 준비와 종사자 처우의 현실
올 5월, 강원도 복지 현장은 조용하지 않다. 중앙에서 시행되는 네 가지 굵직한 법·제도 변화가 동시다발로 강원 사회복지 기관들의 문을 두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권리보장법 통과,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2026년도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처우개선 기준 적용, 그리고 2026~2030 정신건강·치매·아동정책 기본계획까지. 전국 시도 중 고령층 비율이 높은 강원도에서 이들 변화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현장에 닿을 수 있을지, 지난 한 달간 강원 일선 기관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강원 12만 신청 준비' 현장의 초긴장
가장 임박한 변화는 6월부터 시행되는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다. 노인·장애인 가구를 중심으로 약 12만 명이 새로 수급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강원도 사회복지공무원과 지역 종합사회복지관들은 이미 '신청 폭증'을 대비한 자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강원도청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5월 중에 시·군 담당자 회의를 개최해 신청 접수 체계와 서류 심사 기준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강원도는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전국 평균 17.5%보다 높은 19.3%(2024년 기준)에 달해, 고령 독거가구의 신청 상담 증가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춘천시의 한 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은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화되면 그간 신청을 꺼려온 노인 가구들이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 상담 인력 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신청 폭증'에 뒤따를 수 있는 지자체의 심사 역량이다. 강원도 내 일부 기초지자체의 경우 기초생활보장 담당 공무원 수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영동 지역의 한 군 담당자는 익명으로 "부양의무자 자료 조회만 해도 업무량이 배가 될 텐데, 현재 인력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장애인권리보장법 통과, 강원 거주시설의 '탈시설 준비' 진행 중
4월 23일 국회를 통과한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장애인을 '복지 수혜자'에서 '권리 주체'로 전환하는 역사적 입법이다. 특히 탈시설 권리를 처음으로 명시한 것이 강원 장애인 거주시설 운영 체계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도에는 현재 장애인 거주시설 약 85개소가 운영 중이며, 이곳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약 2,500명대다. 강원도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시행되면 거주시설의 소규모화, 개별 선택지 다양화 등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법 시행 시기나 구체적 지원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아 현장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장 관계자들 사이에는 '법 제정'과 '실행'의 간극에 대한 우려도 크다. 강원 장애인거주시설연합회 관계자는 "탈시설이 진정한 의미의 자립으로 이어지려면 지역사회 내 그룹홈, 공동생활가정, 독립생활 지원 기반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강원도의 경우 그 기반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강원도 내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은 약 120개소 수준으로, 전국 평균에 비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종사자 처우, '3.5% 인상'과 현장의 '체감 격차'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6년도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은 기본급 3.5% 인상, 유급병가 신설, 가족수당 확대 등을 담고 있다. 강원도도 이를 준용하되, 각 시·군 지자체의 예산 상황에 따라 적용 수준에 편차가 생길 우려가 있다.
강원도 사회복지사협회는 "3.5% 인상 자체는 긍정적이나, 생활비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체감 개선도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원주, 강릉 등 도시 지역 시설과 산간 지역 시설 간의 신입 종사자 구인난 격차가 심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선군의 한 장애인거주시설 관장은 "서울, 인천 수준의 처우를 맞출 수 없으니 우수 인력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차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강원도는 올해 초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처우개선비로 약 210억 원을 편성했으나, 이것이 도내 약 3,500여 개 시설과 15,000여 명 종사자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5월의 법 변화'를 현장에 닿게 하려면
강원도 복지 현장은 분명히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법 제정과 정책 발표가 일선 기관의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기까지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 강원도청이 중앙 정책을 강원 현장에 맞게 '해석'하고 '하달'하는 속도를 높여야 한다. 특히 장애인권리보장법 시행 전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이 구체화되기 전까지, 거주시설들이 선제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의 안내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에 따른 신청 폭증에 대비해 시·군의 심사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 일부 기초지자체의 공무원 인력 증원이나 임시 상담 인력 배치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산간 지역이 많은 강원도의 지역 특성을 반영한 종사자 처우 기준이 수립되어야 한다. 전국 일괄 기준만으로는 강원 현장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5월은 강원 복지 현장에 '법의 시대'가 도래한 달이다. 남은 것은 이 법들이 도민 12만 명의 기초보장 신청 기회로, 장애인들의 실질적 자립 기반으로, 종사자들의 '체감' 개선으로 실현되는 것이다.
복지포커스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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