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월간 리포트] 광주,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5주차 현장은 지금 무엇을 준비하나
지난 3월 27일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된 지 이제 5주. 전국의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통합지원센터들이 '시스템 안착'을 위해 분주하지만, 광주광역시의 현장은 아직도 조용한 준비 단계다. 기관 방문상담과 교육 요청이 늘어나는 중이지만, 정작 수급자들의 신청 문의는 예상과 달리 미흡한 상황. 광주시가 공개한 4월 통합돌봄 신청 현황에 따르면, 노인 1,247건, 장애인 843건, 기타 취약계층 156건으로 총 2,246건이 접수되었으나, 승인 심의 과정에서 '개인별 지원계획'의 질을 둘러싼 현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법은 시행됐는데, 예산과 인력을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광주의 한 장애인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이렇게 털어놓았다. 돌봄통합지원법은 재가노인복지시설과 장애인복지관 같은 민간 기관도 본인과 가족 동의 아래 통합돌봄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광주시 내 대다수 지자체 운영 및 민간 기관들은 '통합지원회의 참여'와 '개인별지원계획 수립'이라는 새로운 업무 방식을 즉시 수용하기에 조직 준비도, 인력도 부족한 상태다. 특히 광주 북구와 동구의 일부 소규모 재가노인시설의 경우, 케이스관리자 1인 체제에서 기존 사업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통합돌봄 신청 건을 처리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광주시 5월 정책 변화: '처우 개선'과 '안전 강화'의 이중주
이 같은 현장의 고민과 맞닿아, 광주시는 이달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처우 개선과 안전관리 강화라는 두 축의 정책을 발표했다.
먼저 처우 개선 측면에서, 광주시는 2026년 사회복지시설 인건비 가이드라인 준수율을 현재 96.4%에서 98.2%로 높이기 위해 기본급 3.5% 인상, 유급병가 제도 신설, 가족수당 확대, 명절휴가비의 통상임금 포함 등을 포함한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이는 전국 기준과 동일하지만, 광주시가 별도로 추진 중인 '광주형 사회복지사 처우개선 지원 조례' 개정 움직임과 맞물려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광주 남구의 한 아동복지시설 원장은 "인건비 가이드라인 준수가 중요하지만, 기본급 인상률이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한다"며 "결국 기관의 자체 재원으로 추가 충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광주시 내 중소 사회복지시설(연 예산 2억~5억 원대)의 경우 인건비 비중이 전체 예산의 65~70%에 달하는 만큼, 가이드라인 준수율 상향만으로는 실질적 처우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평가다.
장애인거주시설 인권강화 대책: '5주차 현장점검' 시작
더욱 시급한 이슈는 장애인거주시설의 인권강화 대책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장애인거주시설 학대 예방 및 인권강화 종합대책'에 따라 광주시는 이달부터 관내 107개 대규모 거주시설 중 1차 대상 시설 31개소에 대한 인권실태 전수조사를 시작했다.
광주시 장애인거주시설협회 관계자는 "조사 항목이 과거 감시 중심에서 '사실상의 인권 존중' 중심으로 전환됐다"며 "성폭력, 재정관리, 의료 접근성, 휴식권, 외출 자유도 등 일상적 인권을 세밀하게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울산 사건 이후 정부가 강조하는 '소규모화·재정투명성·독립형 주거서비스' 확대와 맞닿아 있다.
광주시는 동시에 기존 대규모 거주시설 중 소규모(20인 이하) 독립형 주거서비스 제공기관으로의 전환을 장려하고 있으며, 올해 5월 현재 광주 서구의 한 시설이 이 전환 모형의 시범사례로 진행 중이다. 그러나 건물 구조 변경, 인력 재배치, 지원 체계 재설계라는 실질적 난제들이 앞에 놓여 있다.
'돌봄통합'과 '인권강화' 사이의 현장 디딤돌
흥미로운 것은 이 두 정책이 광주 현장에서 만나고 있다는 점이다.
돌봄통합지원법이 정신질환자, 노인, 장애인의 '개별 수요'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재구성한다면, 장애인거주시설 인권강화 대책은 '집단 시설의 관행'을 '개인의 권리'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두 정책 모두 "수혜자 중심" 이라는 명제 아래 움직이고 있지만, 광주 현장의 기관과 실무자들은 여전히 이 두 프레임을 어떻게 현장에서 조화시킬지 고민하는 중이다.
광주 동구의 한 재가장애인지원센터 관리자는 "돌봄통합 신청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기관의 거주시설 입소자들에 대한 인권 점검을 받고 있다. 같은 기관 내에서 '통합돌봄'과 '탈시설'이라는 상충하는 정책 방향이 존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정책이 얼마나 현장의 구체적 맥락을 고려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다음 달을 기다리며: 현장의 '작은 신호'들
광주시는 5월 말 통합지원센터와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돌봄통합 3개월 평가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다. 여기서 나올 현장 의견들은 6월 정책 보완의 기초가 될 것이다.
또한 이달 중 광주시는 2026년 사회복지사업법 운영기준 적용 가이드라인을 재정비하고, 장애인권리보장법 시행에 앞선 조례 개정(통상 6월~7월)의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장은 말한다. "법과 정책이 자꾸 변한다. 변할 때마다 실무자는 두 배로 일한다. 그런데 변화의 의미가 실제 수급자 삶으로 흘러들어오는지는 다른 문제다." 광주 현장의 5주차는 조용하지만, 결코 정체해 있지 않다. 오히려 '법의 시대'와 '현실의 간격'을 치밀하게 메우려는 작은 신호들로 가득 찬 시간이다.
복지포커스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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