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월간 리포트] 경남, '권리의 전환'을 맞이하다—장애인권리보장법 시행 앞두고 현장은 지금 무엇을 준비하나
장애인복지법을 대체하는 첫 번째 기본법이 탄생했다. 지난 4월 23일 국회 본회의를 압도적 다수(177명 찬성, 반대 0명)로 통과한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장애인을 '복지 수혜자'에서 '권리 주체'로 전환하는 역사적 전환점을 표시한다. 37년을 버틴 장애인복지법의 뒤를 이을 이 법은 탈시설권리를 법에 처음 명시했고,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국제 기준을 반영했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법은 통과했지만, 경남의 현장은 여전히 조용하다.
"법은 왔는데 현장은?"
경남의 장애인복지 현장 관계자들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 있다. "뭐부터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창원의 한 장애인복지관 관장은 지난주 통화에서 "탈시설권리가 명시됐다는 건 알지만, 우리 시설에서 즉시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가 없다"고 했다. 진주의 활동지원사 파견기관 담당자는 "65세 이상 장애인의 활동지원 선택권 확대도 동시에 통과했는데, 이게 구체적으로 뭘 의미하는지 설명자료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법 제정의 감정적 성취감은 크지만, 현장의 실질적 준비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뜻이다.
경남은 전국에서 65세 이상 등록장애인이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다. 지난해 말 기준 경남의 등록장애인은 약 39만 명으로, 이 중 노령화된 장애인 비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창원·진주·김해 등 주요 도시의 장애인거주시설(대규모 시설)은 여전히 100명 이상의 이용자를 수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탈시설이라는 새로운 권리가 법제화되면서, 이들 시설의 운영 방향과 현장 종사자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5주, 연결 고리는?
더 복잡한 것은 시간의 문제다. 지난 3월 27일 시행된 돌봄통합지원법이 아직 현장 안착 중인데, 장애인권리보장법이 곧 시행을 앞두고 있다.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5주가 지난 지금, 경남의 지역별 통합돌봄 지원체계 구축 상황은 불균형하다. 창원시는 지난달 말 통합지원회의 개최 및 개인별지원계획(ISP) 수립을 본격화했으나, 일부 군 지역은 담당 인력 부족으로 진행이 더디다. 김해시의 한 장애인복지관 담당자는 "통합돌봄과 기존 서비스를 동시에 운영하면서 업무 과중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시행되면, 돌봄통합지원법의 '개인 중심 지원'이라는 철학과 만나게 된다. 두 법의 추구하는 방향이 일맥상통하지만, 현장에서는 중복 서류 작성, 이중 보고 체계, 새로운 인력 배치 문제 등이 터져 나올 수 있다. 경남의 시·군 광역 지원 체계가 얼마나 촘촘한지가 이번 달 현장의 안정성을 크게 좌우할 것 같다.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경남은 준비됐나
이달부터 또 다른 변화가 시작된다.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화되면서 노인·장애인 가구 약 12만 명이 새로 수급 대상에 포함된다. 경남도 이 중 상당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 기초생활보장 수급 신청 건수가 평년의 2배 이상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남의 읍면 지역 주민센터와 사회복지과는 현재 상담 준비에 분주하다. 다만 일선 공무원들의 부담은 상당하다. 부양의무자 판정 기준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창녕군의 한 복지담당 공무원은 "새 기준안을 교육받았지만, 사례별로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서 실무 과정에서 재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경남도는 이달 중 권역별 실무자 교육을 확대할 방침이지만, 현장의 혼란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종사자 처우, "숨 쉬는 느낌"
밝은 소식도 있다. 2026년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이 기본급 3.5% 인상, 유급병가 신설, 가족수당 확대 등을 포함해 발표됐고, 경남도는 이를 도 내 시설에 안내하고 준수율 개선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창원의 한 노인요양시설 원장은 "3년 전만 해도 인건비 준수율이 90% 초반이었는데, 이제 도 차원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개선 추세가 보인다"고 평가했다. 도가 2026년도 인건비 준수율을 98.2% 목표로 설정한 것도 현장의 처우 개선을 향한 의지의 신호다. 다만 중소 시설의 경우 여전히 인상분을 자체 재정으로 충당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도의 추가적 보조금 마련이 요청되고 있다.
이달이 던지는 질문
경남의 5월은 결국 이 질문에 직면해 있다: 법은 왔는데 현장은 준비됐는가?
장애인권리보장법의 탈시설 조항은 경남의 장애인거주시설 107개소(전국 통계 기준)의 운영 철학을 바꿀 것이다. 돌봄통합지원법은 이미 5주 동안 현장과 충돌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 기준 완화는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지만, 행정 부담을 높인다. 종사자 처우는 개선되지만, 그 개선이 작은 시설까지 충분히 미치는지는 미지수다.
경남도가 이달 중 광역 지원 체계를 점검하고, 시·군 담당자 협의회를 개최해 정책 혼선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은 다행이다. 하지만 현장 관계자들은 "통보받은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시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체적 문제들을 함께 풀 수 있는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권리의 시대로 가는 경남 현장의 첫 발걸음. 이달의 변화가 안정적으로 착륙하느냐는, 결국 법이 아닌 현장의 준비도와 지방정부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
복지포커스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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